안녕, 나는 너와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강아지야. 예전엔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네가 집에 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반겨줬지. 그런데 요즘은 몸도 천천히 움직이고, 잠도 많아졌어.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왜 이렇게 달라졌지?” 하고 걱정하겠지. 사실 나는 이제 노령견이 되어가고 있어. 오늘은 그런 나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 줄게. 그리고 이 시기를 건강하고 평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네가 나에게 어떤 돌봄을 해주면 좋은 지도 알려줄게.
나는 조금씩 느려지고 있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나도 느끼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기가 예전보다 더디고, 산책을 나가도 중간에 쉬고 싶어. 뛰어놀던 장난감엔 흥미가 줄었고, 반응도 전보다 느려졌지. 이건 내가 게을러진 게 아니라, 나의 몸이 천천히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야.
나이가 들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눈도 침침해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스럽고, 때론 발을 헛디딜 때도 있어. 소리도 잘 안 들릴 수 있고, 너의 손짓을 한 번에 못 알아차릴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네 옆에 있고 싶어.
그래서 너는 나에게 조금 더 천천히 다가와 줘야 해.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주고, 만져줄 때도 놀라지 않게 천천히 쓰다듬어줘. 산책도 오래 걷기보단 짧고 자주, 평탄한 길 위주로 데려가줘야 해. 내가 스스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도 정말 고마워.
내가 행동이 느려지고, 반응이 더뎌진다고 해서, 나를 예전의 나와 비교하진 말아줘. 나는 여전히 너의 강아지고, 지금도 너와 함께 있는 게 가장 좋아. 다만 예전보다 더 조용하고 차분한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야.
나의 일상도 달라졌어
요즘 나는 잠을 더 많이 자. 하루 중 대부분을 누워 있거나 졸고 있어. 때로는 밤낮이 바뀌기도 해. 밤중에 깨어서 거실을 돌아다니거나, 헛짖는 경우도 있어. 이런 변화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 때문일 수 있어.
식욕도 예전 같지 않아. 어떤 날은 밥을 거부하고, 어떤 날은 먹다 말기도 해. 이는 치아 통증, 위장 문제, 또는 단순한 입맛 변화 때문일 수 있어. 내가 밥을 잘 안 먹는다면, 사료의 질감이나 냄새를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돼. 물을 잘 안 마신다면, 습식 사료나 미지근한 물을 준비해 줘.
그리고 화장실 실수도 늘어날 수 있어. 예전엔 절대 실수하지 않던 내가 바닥에 소변을 보기도 하지. 너는 깜짝 놀라겠지만, 나도 당황스러워. 이건 내가 나빠진 게 아니라, 신체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야. 그래서 패드 위치를 바꿔주거나, 더 자주 데리고 나가는 게 필요해.
환경도 바뀌어야 해. 내 침대는 바닥에서 조금 높은 위치로,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푹신한 쿠션 위에 있어야 해.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온도를 조절해줘야 해. 미끄러운 마루엔 매트를 깔아주고, 어두운 곳은 조명을 켜줘. 나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나이가 됐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느긋한 시간'
이제 나는 속도보단 ‘안정’이 더 중요해졌어. 나에게는 급하게 훈련하거나, 자극적인 놀이보다 너의 조용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게 더 큰 행복이야. 네가 곁에만 있어줘도 나는 충분해.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나를 쓰다듬어주는 그 순간이 나에겐 최고의 하루야.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도 커져. 가족과 떨어진 시간이 길어지면, 나는 더 우울해져. 가능하다면 하루 중 몇 번이라도 나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줘. 네 목소리, 네 손길 하나하나가 나를 다시 안심하게 만들어줘.
건강검진도 더 자주 필요해. 6개월마다 한 번씩은 병원에 가서 내 상태를 체크해 줘. 혈액 검사, 장기 상태, 관절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줘야 해. 내가 아프기 전에 발견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게 많아. 특히 치아나 신장, 심장 문제는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해.
나는 점점 너에게 의지하게 될 거야. 그래서 네가 나를 걱정하는 그 마음보다, 나를 바라보는 그 따뜻한 눈빛을 더 오래 보고 싶어. 지금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천천히 함께 걸어가 줘.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해.
결론: 예전 같지 않아도, 여전히 너의 강아지야
나는 예전처럼 빠르게 달리지 못하고, 쉽게 피곤해지고, 네 말을 천천히 이해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너의 하루를 함께하고 싶어. 나의 느림과 변화를 받아주는 너의 마음이 가장 큰 선물이야. 예전 같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너의 강아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