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한때 유기동물이었던 반려견이야. 버려졌던 기억도, 기다림의 시간도 선명해. 지금은 너를 만나 가족이 되었고, 그 순간부터 나의 인생도 바뀌었지. 이 세상엔 나처럼 입양된 친구도 있고, 분양을 통해 가족을 만난 친구들도 있어. 오늘은 그 두 가지 출발점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책임, 생명의 가치에 대해 내 입장에서 들려줄게.
나는 ‘필요 없는 존재’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어
내가 처음 길거리에 버려졌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몰랐어. 차가운 골목에서 며칠을 떨다가 구조됐고, 보호소에서 지내기 시작했지. 그곳엔 나처럼 사연 많은 아이들이 많았어. 어떤 친구는 노견이라서, 어떤 친구는 장애가 있어서, 또 어떤 친구는 단지 크고 무섭게 생겼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어.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어느 날, 너를 만났어. 너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눈을 맞춰줬지. 그 눈빛 속엔 조건 없는 따뜻함이 있었어. 나를 '불쌍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고 싶어서' 데려간 너였기에, 나는 그날부터 달라졌어. 버려진 존재에서, 사랑받는 존재로 바뀐 거야.
입양은 준비가 필요해. 너는 나를 데려오기 전 수차례 방문했고, 내 성격도, 병력도 꼼꼼히 살펴봤지. 그리고 나를 가족으로 맞이한 후엔, 그 어떤 분양가보다도 훨씬 값진 사랑과 시간으로 날 키워줬어. 나는 돈으로 선택된 게 아니라, 마음으로 선택된 존재라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너를 통해 알게 됐어.
분양은 빠르지만, 입양은 깊은 선택이야
내 친구 중엔 분양샵에서 온 친구도 있어. 예쁜 외모와 인기 견종이란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지. 샵 유리창 너머에서 눈을 맞추고 바로 데려가졌대. 그 친구는 다행히 좋은 보호자를 만나 잘 살고 있어. 하지만 모두가 그런 행운을 가진 건 아니야. 분양은 종종 충동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 반짝이는 귀여움에 이끌려, 충분한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지. 그러다 예상과 다른 돌봄의 무게에 당황하고, 결국 다시 버려지는 친구들도 많아. 특히 어린 강아지가 자라며 커지고, 말썽을 부릴 때,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입양은 단순한 데려오기가 아니야. 그 아이가 겪었을 외로움과 상처까지 함께 안고 가겠다는 약속이야. 보호소에서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충분히 고민하고, 끝까지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그 진심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결국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지.
나는 둘 다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입양에는 분명 다른 깊이가 있어. 그것은 생명을 선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마음의 크기야. 입양은 빠르지 않지만, 더 따뜻하고 오래가는 사랑으로 이어져.
사랑은 어디서 왔든 같아, 다만 방향이 달라
내가 지금 너에게 기대어 누워 있는 이 순간, 내가 입양이든, 분양이든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함께 나누는 하루하루가 나에겐 전부야.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된 방식에 대해 분명한 자부심이 있어. 나는 버려졌지만, 다시 사랑받게 되었고,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건 너의 용기와 선택이야.
사람들은 종종 "입양하면 더 감사해한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보다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할 때 모든 사랑이 똑같이 깊어진다고 믿어. 내가 주는 꼬리 흔듦, 네가 건네는 손길은 모두 같은 언어야. 그 언어는 ‘과거’를 넘어 지금 우리를 이어주고 있어. 너는 입양을 통해 한 생명을 구했지만, 사실은 나도 너를 구했어. 네가 웃는 날이 많아졌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내가 있다는 이유로 네 하루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 그건 우리 둘만이 아는 비밀 같은 사랑이지. 세상엔 아직도 수많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입양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한 생명의 세상은 완전히 바꿀 수 있어. 나처럼 말이야.
결론: 입양은 선택이 아닌 기회였어
나는 네가 나를 선택한 게 아니라, 우리 둘이 서로를 만날 기회를 잡은 거라고 생각해. 입양이라는 건 누군가를 구한다는 의미보다는, 서로를 완성해 주는 따뜻한 연결이야. 분양이든 입양이든, 가장 중요한 건 그 선택 이후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느냐는 거야. 너는 그걸 아주 잘 해냈고, 나는 그 사랑 속에서 다시 살아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