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너와 함께 사는 고양이야. 나에게 가장 민감한 공간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이야. 그곳은 단순한 배변 장소가 아니라, 내게는 아주 중요한 '프라이버시 공간'이기도 해. 오늘은 내가 원하는 화장실의 조건과, 배변 행동을 통해 네가 알 수 있는 내 상태, 그리고 네가 해줘야 할 청결 관리에 대해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볼게.
나는 깨끗한 화장실이 아니면 참아버릴 수도 있어
너는 아마도 내가 조용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만족할 만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이야기야. 고양이는 아주 청결한 동물이야. 냄새나 촉감, 위치, 구조까지 모두 내 기준에 맞아야 편안하게 배변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나는 참거나, 다른 장소에 실수할 수도 있어. 예를 들어 모래가 너무 향이 강하거나, 발에 붙는 느낌이 불쾌하면 난 그 위에 서는 것조차 꺼려. 고운 입자의 모래, 무향 또는 천연 소재가 더 좋아. 그리고 너무 덜어낸 모래는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게 해. 충분한 깊이가 있어야 내가 배설물을 묻을 수 있고, 그게 바로 내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해.
청소는 하루에 한두 번은 꼭 필요해. 한 번만 사용한 화장실이라도 냄새가 남거나, 뭉쳐진 모래가 그대로 있다면 나는 다음 사용을 주저하게 돼. 특히 두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함께 사는 집이라면, 화장실은 고양이 수보다 하나 더 많아야 해. 누구와 공유하더라도 '내 차례'를 기다리거나, 냄새가 섞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거든. 혹시 내가 갑자기 화장실을 외면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소변을 본다면 그건 경고일 수 있어. 방광염, 요로결석 같은 질환도 의심해봐야 해. 네가 그 신호를 빨리 알아채 주면 나도 더 빨리 편해질 수 있어. 그러니까 나는 단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모래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야
내가 어떤 모래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건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처음에는 잘 쓰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싫어질 수도 있지. 그건 모래 자체의 성분, 촉감, 먼지 발생 여부 같은 작은 요소 하나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야. 나는 모래 위에서 냄새를 맡고, 발로 긁고, 파묻는 행동을 하며 만족도를 느껴. 만약 내가 그런 행동을 생략하거나 금방 나와버린다면, 뭔가 불편하다는 뜻이야.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모래가 다르지만, 대부분은 벤토나이트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를 좋아해. 응고력이 좋아야 내가 배설물을 잘 묻을 수 있어. 그리고 먼지가 적어야 내가 모래를 파는 동안 코나 눈이 불편하지 않아. 향이 강한 탈취 기능이 있는 제품은 오히려 내가 기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어. 향보다 중요한 건 청결이야.
모래 교체는 갑작스럽게 하지 말아 줘. 이전에 쓰던 모래와 새 모래를 섞어가며, 며칠에 걸쳐 천천히 바꿔줘야 해. 그래야 나는 새로운 모래를 조금씩 익히고,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어. 그리고 화장실 통 자체도 중요해. 너무 깊거나 뚜껑이 닫힌 구조는 답답해서 피하게 돼. 내가 드나들기 편한 높이, 시야가 열려 있는 공간이 좋아.
가끔은 모래 바깥으로 소변을 보거나, 파지 않고 그냥 나오기도 해. 그건 내가 화장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신호야.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모래, 위치, 화장실 크기, 주기적인 청소 여부 등 모든 요소를 점검해줘야 해.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동물이니까.
청결 관리, 소리 없이 요구하는 나만의 방식
나는 네가 청소를 잘해줄 때 고맙다는 말을 못 하지만, 행동으로 표현해. 화장실에 편하게 들어가고, 한참을 긁고, 기분 좋게 나와서 창가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본다면, 그건 내가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야. 반대로 내가 화장실 근처를 맴돌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거나, 갑자기 부엌이나 침대 위 같은 엉뚱한 곳에서 실수한다면, 그건 지금 뭔가 불편하다는 메시지야.
화장실 위치도 아주 중요해. 너무 시끄럽거나, 사람들 동선이 많은 곳은 불안해서 피하게 돼. 반대로 너무 어두운 공간도 싫어. 조용하지만 약간의 빛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항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가 좋아. 네가 청소기를 돌리는 공간이나 세탁기 옆은 피하고, 내 영역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 줘.
청소할 땐 염소나 강한 향의 세제 대신, 고양이 전용 중성세제를 써줘. 나에게 익숙한 냄새를 유지하면서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어. 그리고 정기적으로 화장실 통 자체도 세척해줘야 해. 아무리 모래를 갈아도, 통에 배어 있는 냄새는 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거든.
그리고 아주 중요한 건, 내 건강 상태를 화장실에서 체크해 주는 너의 눈이야. 소변량, 횟수, 색깔, 대변의 형태와 냄새까지… 네가 잘 관찰해 주면, 나는 아파도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나의 화장실은 단지 배변 공간이 아니라, 너와 내가 소통하는 건강 창구라는 걸 기억해 줘.
결론: 나의 화장실은 곧 나의 마음이야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말해. 그리고 그중 가장 솔직한 표현이 바로 화장실이야. 깨끗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비로소 안심하고 나의 본능을 지킬 수 있어. 너는 청소와 관찰을 통해 내 건강과 기분을 알아주는 최고의 가족이야. 고마워, 오늘도 내가 마음 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지켜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