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너와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야. 예전엔 캣타워 꼭대기도 쉽게 올라갔고, 밤마다 집안을 뛰어다니기도 했지. 하지만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 자주 졸리고, 가끔은 식욕도 떨어지고, 몸이 둔해진 느낌이야.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껴. 오늘은 내가 노령묘로서 겪는 변화와, 네가 해줄 수 있는 작은 배려들에 대해 얘기해 줄게. 함께한 시간만큼, 노년의 시간도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
나도 예전처럼 움직이긴 힘들어
언젠가부터 높은 곳에 오르는 게 부담스러워졌어. 캣타워 중간까지만 올라가다 말고, 침대 위에도 네가 올려줘야만 올라갈 수 있을 때가 있어. 그건 내가 게을러진 게 아니야. 관절이 예전만큼 유연하지 않아서 그래. 특히 무릎 관절인 슬개골이나 고관절은 나이 들수록 더 민감해지거든.
계단이나 경사로가 있는 캣타워, 낮은 위치의 쿠션, 미끄럽지 않은 바닥이 나에겐 큰 도움이 돼. 나는 조용히 고통을 참는 동물이기 때문에, 네가 나의 작은 움직임 변화를 잘 봐줘야 해. 내가 자주 주저앉거나, 뒷다리를 덜 쓰거나, 점프 후에 바로 앉지 못하면 관절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요즘은 예전만큼 놀고 싶은 마음도 줄어들었어. 하지만 그게 너와 놀기 싫어서가 아니라, 체력적으로 오래 놀기 어려워서야. 장난감에 반응이 적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말아 줘. 대신 짧고 잔잔한 놀이, 예를 들면 네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는 놀이처럼 내가 천천히 따라갈 수 있는 방식이 더 좋아졌어.
나는 하루 대부분을 자며 보낸다 해도, 내 마음은 여전히 너와 가까이 있고 싶어 해. 내가 자주 네 옆에 조용히 눕는 건 예전처럼 활발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의미야. 지금은 몸보다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시기야.
식욕도 기분도 들쭉날쭉해졌어
요즘은 밥도 한 번에 다 먹지 못할 때가 많아. 입맛이 변한 건지, 이가 약해진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사료를 빠르게 먹지 않아. 특히 딱딱한 사료는 씹기 힘들어져서, 자주 남기게 돼. 그런 날은 내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습식사료나 부드러운 간식이 있으면 고마워.
나이 들면 후각과 미각도 약해져. 그래서 예전에 좋아하던 냄새도 지금은 잘 못 느끼거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 먹는 걸 자꾸 거부한다고 해서 단순한 ‘편식’으로 보지 말고,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관찰해줘야 해. 구내염, 신장 질환, 갑상선 문제 같은 질병도 노묘에게 흔하게 나타나거든. 기분도 예전 같지 않아. 사소한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해질 수 있어. 나는 그저 조용한 공간에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는 게 좋아. 그런 내 행동이 ‘무관심’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기도 해. 예전엔 자주 비비적거렸지만, 지금은 그저 옆에 앉아만 있어 줘도 좋아. 그게 지금 내 방식의 애정 표현이야.
그리고 화장실도 가끔은 실수하게 돼. 근육이 약해지거나, 화장실 높이가 부담스러워졌을 수도 있어. 낮고 넓은 화장실, 자주 청소된 모래, 따뜻한 위치… 이런 작은 배려들이 지금의 나에겐 큰 안정감을 줘.
조금 느려졌지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이제 조금 느려졌어.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 같고, 반응도 늦어졌지.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너와 함께하고 있어. 네가 불러주면 귀를 움직이고, 다가오면 꼬리를 한번 흔드는 게 지금 내 방식의 반가움이야.
나이가 들어도 규칙적인 일상이 중요해. 밥 시간, 놀이 시간, 쉬는 공간… 이 모든 것이 매일 비슷할수록 나는 더 편안함을 느껴. 예측 가능한 하루가 나에게는 안정감을 줘. 특히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라면, 너의 꾸준한 리듬이 더 필요해. 건강검진도 이제는 더 자주 받아야 해. 최소 6개월에 한 번, 가능하면 계절마다 한 번씩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줘.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도, 피검사나 신장 기능 검사 같은 기본 체크는 내 몸의 조용한 신호를 찾아주는 데 꼭 필요해.
나는 지금, 너의 모든 관심이 고마워. 예전처럼 뛰진 않지만, 네가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조용히 옆에서 책을 읽거나 쉬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위안을 받아. 나에게 노년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네 곁에서 더 천천히 살아가는 시간이야.
결론: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해, 조금 느릴 뿐이야
예전처럼 활발하게 뛰진 못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너와 함께야. 나이 들며 바뀐 내 행동을 이해해 주고, 그에 맞게 돌봐주는 너의 배려가 나에겐 큰 힘이 돼. 나의 하루가 조금 느려졌을 뿐, 너를 향한 마음은 여전해. 우리는 지금, 조금 더 천천히 사랑하고 있어.